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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 집을 구경하러 다닐 때만 해도 뜯어내야 할 것과 살려야 할 것을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구축 아파트라 연식은 되었어도 뼈대가 튼튼하니 문짝이나 기존 싱크대 하부장은 필름만 새로 입히면 충분히 쓰겠지'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견적을 줄여보겠다는 욕심에 멀쩡해 보이는 기존 시설들은 최대한 남기고 가성비 좋게 고치려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철거 업체를 부르고 세부 견적을 짜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34평 집 전체를 기준으로 견적을 뽑아보니, 겉보기엔 아까워 보여서 남기려고 했던 기존 붙박이장과 낡은 마루, 칙칙한 몰딩을 살리는 비용이나 전부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짜 넣는 비용이나 시공비와 인건비 때문에 결국 그게 그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시설을 억지로 살리려다 나중에 하자가 터지면 수습하기가 더 골치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셀프 인테리어는 업턴 대행사가 알아서 해주는 게 아니라 철거 범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내가 직접 결정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도 철거 전날 밤까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 고민하며 예산과 현실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을 겪었습니다.
1. 뼈대만 남기고 다 밀어버릴까, 기존 시설을 살릴까
철거 범위를 정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역시 비용과 공정의 줄다리기입니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기존에 있던 신발장이나 방문틀을 그대로 두고 필름 시공이나 페인트로 리폼하려는 계획을 세우기 쉽지요. 저의 경우도 처음에는 현관 중문과 거실의 오래된 등박스를 살려보겠다고 견적서에 적어두었었습니다.
그런데 철거 사장님과 현장을 같이 둘러보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십수 년이 지난 MDF 소재의 가구나 문틀은 이미 습기를 먹어 틀어져 있거나 나사못 구멍이 헐거워져 있어서, 여기에 필름을 비싸게 입혀봤자 몇 년 쓰지 못하고 들뜬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철거 비용 몇십만 원을 아끼려다가 나중에 전체 인테리어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말에 판단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의 경우는 아깝다는 마음을 비우고 선을 그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조금 멀쩡해 보여도 연식이 오래된 고정 시설물은 이후의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 전부 철거 대상에 넣기로 결정했지요. 철거 마대 자루가 8개가 넘게 쏟아져 나온 이유도 바로 이 전체 철거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2. 철거 비용을 좌우하는 '선택과 집중'의 기준
철거 범위를 넓히면 넓힐수록 당연히 철거 인건비와 폐기물 처리 비용이 늘어납니다. 34평 기준으로 철거 비용만 수백만 원이 깨지다 보니 "이 벽은 정말 안 헐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저의 경우도 불필요한 철거 항목을 줄여보려고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보았습니다.
- 첫째, 구조 변경이나 단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설은 바꿨습니다. 가벽을 터서 거실을 넓히거나 확장 부위에 숨어 있던 낡은 단열재를 걷어내는 작업은 비용이 들어도 타협하지 않고 철거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껍데기만 살려봤다가는 나중에 결로와 곰팡이로 고생한다는 걸 주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 둘째, 단순 취향의 차이인 마감재는 상태를 보고 결정했습니다. 바닥재의 경우 기존 장판이나 마루가 이미 습기를 먹어 썩어 있거나 들떠 있다면 당연히 철거해야 하지만, 상태가 비교적 고르고 평탄하다면 철거 비용과 폐기물 처리비를 아끼기 위해 덧바르기나 부분 철거로 타협하는 요령도 필요했습니다.
- 셋째, 전기 배선이나 수도관과 맞물린 기존 시설은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무턱대고 철거했다가 벽 속의 메인 배관이나 전선까지 건드리면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철거 팀과 전문 설비 기사님이 현장을 직접 보고 판단하도록 남겨두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철거 범위를 확정할 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철거할 곳과 살릴 곳에 색 테이프를 직접 붙여가며 사장님과 하나씩 짚어 나갔습니다. 구두로만 남겨달라고 했다가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어긋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3. 철거 후 교체를 결단해야 했던 순간들
막상 철거가 시작되고 기존 시설들을 뜯어내기 시작하면, 전에 숨겨져 있던 상태가 드러납니다. 겉보기엔 멀쩡하던 싱크대 벽면 뒤쪽으로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예전에 살던 사람이 임시로 막아둔 낡은 배수관 흔들이 나오는 식이지요. 저의 경우도 철거 이틀 차에 그런 문제들을 마주하고 당황스러움을 겪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금 안 바꾸면 나중에 후회할 것인가'였습니다. 예를 들어 방문 턱이나 문틀 같은 경우, 철거할 때는 비용이 아까워 보여도 막상 문짝만 새로 달면 기존 문틀의 낡은 세월감이 확 티가 나서 전체 인테리어를 해치게 됩니다. 저의 경우도 현관문 틀까지 전부 교체 목록에 집어넣느라 예산이 조금 더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전부 끝난 지금 돌아보면, 그때 아깝다고 남겨두었던 시설들 대신 돈을 들여 교체했던 항목들이 훨씬 더 만족스럽습니다. 인테리어는 겉에 보이는 예쁜 자재를 고르는 일보다, 낡은 기존 시설을 어디까지 도려내고 새로 채워 넣을지 결정하는 철거 범위의 결정에서 결과가 갈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새 집처럼 깔끔하고 편리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아까운 마음에 낡은 것을 남겨두기보다는 털어낼 줄 아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험이 철거 범위를 두고 고민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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