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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서재를 하나 따로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집 어디에서든 편하게 책을 펼칠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소파에 앉았다가 읽고 싶으면 읽고, 거실에 있다가 책을 보고 싶으면 바로 꺼내고,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몇 페이지 읽는 식으로요.
그래서 거실을 꾸밀 때 의자와 테이블을 꽤 많이 배치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거실에 가구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니 제가 원했던 생활에는 이게 잘 맞더라고요.

꼭 서재가 있어야 책을 읽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려면 책상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상과 의자가 있고, 조용한 방이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생활해 보니까 그렇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건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앉을 곳이 있고, 책을 올려놓을 곳이 있고, 너무 어둡지만 않으면 됐어요.
그래서 거실에 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여러 개 배치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한쪽 의자에 앉아서 읽고, 다른 날에는 소파에 앉아서 읽습니다.
잠깐 읽다가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책을 펼치기도 하고요.
이렇게 하니까 책을 읽기 위해 따로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줄었습니다.
책을 읽으려고 일부러 서재까지 들어가야 한다면 귀찮아서 안 읽게 될 때도 있는데, 거실에서 바로 책을 집어들 수 있으니까 시작하기가 훨씬 편합니다.
거실에 의자와 테이블을 많이 둔 이유
거실에 가구를 많이 두면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사람이 움직이는 길이 좁아지고, 가구끼리 부딪히거나 청소하기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의자와 테이블을 그냥 많이 넣은 건 아닙니다.
사람이 지나가는 동선을 막지 않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배치했습니다.
가구의 크기도 중요했습니다.
큰 테이블 하나를 놓는 것보다 작은 테이블을 여러 곳에 두는 게 저희 가족에게는 더 잘 맞았어요.
필요할 때 옮길 수도 있고, 한 사람이 책을 읽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다른 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조명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책을 읽는 공간이라면 눈부시지 않으면서 책 위에 그림자가 심하게 생기지 않는 위치가 편합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낮에는 괜찮지만 저녁에는 조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자만 덩그러니 놓기보다는 주변의 조명까지 같이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의자와 테이블만 생각했는데 살면서 조명의 위치까지 자연스럽게 신경 쓰게 됐어요.
책을 읽는 생활이 실제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집을 만들어놓으니까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어요.
‘오늘은 책을 읽어야지’ 하고 시간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생활하다가 책을 펼칩니다.
이게 제가 원했던 모습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꽂아놓은 집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실제로 책을 읽는 집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거실도 TV를 중심으로 구성하기보다 사람들이 앉아서 각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보고, 누군가는 쉬고, 누군가는 다른 일을 해도 괜찮은 공간이 됐어요.
저는 집의 공간을 하나의 용도로만 정해놓는 것보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더 편합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조용히 책을 읽다가도 아이가 오면 같이 이야기할 수 있고, 다시 혼자 앉아서 책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거실에 의자와 테이블을 여러 개 둔 건 단순히 인테리어 취향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집에서 하고 싶은 행동을 먼저 정하고 그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공간을 만든 거였어요.
책을 읽고 싶다면 책을 읽기 좋은 공간을 집 한가운데 만들어놓고, 자주 앉을 곳에 책을 놓고, 필요한 조명도 가까이 두는 식입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계속하고 싶다면 그 행동을 시작하기 어렵지 않게 만들어주는 게 꽤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지금의 거실이 마음에 듭니다.
보기에도 깔끔하지만 무엇보다 실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구가 예쁘게 배치된 거실보다 가족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거실을 만들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 모습에 조금 가까워졌어요.
집을 꾸밀 때 꼭 남들이 말하는 정답을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TV를 중심으로 거실을 만들 수도 있고, 큰 소파 하나를 놓을 수도 있고, 저희 집처럼 책을 읽거나 각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집에서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는 것.
저는 책을 읽는 생활을 원했고, 그래서 거실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책 한 권 들고 거실 의자에 앉을 때면 ‘이렇게 살고 싶어서 인테리어 했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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