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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공사 현장에 이렇게 오래 붙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공정마다 한 번씩 가서 확인하고 필요한 것만 결정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요.
오늘 작업이 어디까지 됐는지 봐야 하고, 다음 작업자가 언제 들어오는지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자재가 들어오는 날도 있었고, 현장에서 바로 결정해야 하는 일도 생겼어요.
결국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갔고, 하루 종일 집에 있다시피 한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현장에 있으면서 생긴 불편함
제일 먼저 후회한 건 의자였어요.
공사 중인 집에는 소파도 없고 식탁도 없었습니다. 기존 가구도 대부분 빠진 상태라 편하게 앉을 곳이 마땅히 없었어요.
처음 며칠은 괜찮았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확인할 것도 많았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도 금방 갔거든요.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다리가 너무 아팠어요.
잠깐 앉고 싶어도 바닥에 앉기는 애매하고, 작업자분들이 움직이는 공간에 의자를 놓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벽에 기대 있다가 다시 돌아다니고, 또 서 있고… 하루가 끝나면 다리가 뻐근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낚시의자 하나만 가져다 놓을걸' 싶더라고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작은 의자 하나면 충분했을 것 같아요.
잠깐 앉아서 업체와 연락하고, 견적서를 확인하고, 다음 공정을 확인하는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공사에 필요한 것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 오래 있어보니 제가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환경도 꽤 중요했습니다.
공사가 길어지니까 체력 차이도 확실히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어도 괜찮았는데 몇 주가 지나니 현장에 가는 것부터 피곤한 날도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한다면 작은 접이식 의자는 처음부터 하나 가져다 놓을 거예요.
필요한 부분만 남겼던 공사 사진
공사 사진도 처음에는 많이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자분들이 계신 현장에서 휴대폰을 계속 들고 사진을 찍는 게 생각보다 눈치가 보였어요.
내 집 공사니까 찍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누군가 일하고 있는데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별로 매너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얼굴이 찍히는 것도 신경 쓰였고요.
초상권 문제도 있으니 굳이 작업자분들 모습을 많이 남길 필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자분들이 나오는 사진은 최대한 줄이고 공사 상태를 중심으로 찍었습니다.
특히 나중에 가려지는 부분은 조금 더 신경 썼어요.
벽을 막기 전 전선이나 배관 위치, 콘센트가 들어가는 자리처럼 완성되고 나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들이었습니다.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보다 나중에 다시 볼 만한 사진을 남기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공사 사진이라면 완성된 집이나 작업하는 모습부터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이런 사진이 더 남더라고요.
벽 안으로 들어가는 배선이나 배관, 천장 안쪽처럼 공사가 끝나면 다시 볼 수 없는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작업자분 얼굴이 들어간 사진은 개인적으로 보관하더라도 밖으로 공유할 때는 한 번 더 신경 쓰게 됐어요.
내 집 공사를 기록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모습을 기록하는 건 별개의 문제니 까요.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찍고 휴대폰을 내려놓았습니다.
작업자와 지내면서 생긴 현실적인 고민
작업자분들과 지내면서 제가 나름대로 신경 썼던 건 분위기였습니다.
잘된 부분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조금 뻔한 이야기지만 저는 정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 진짜 깔끔하게 잘됐네요."
"이 부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요."
이런 말을 일부러라도 했습니다.
물론 잘못된 부분까지 좋다고 하지는 않았어요.
수정해야 할 건 말씀드렸지만, 잘된 부분까지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며칠씩 얼굴을 마주치다 보니 작업자분들도 조금씩 편하게 이야기해 주셨고, 제가 궁금한 걸 물어보면 자기 공정이 아닌 부분까지 설명해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저도 좋았어요.
그런데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점심이었어요.
처음에는 작업자분들 식사를 다 챙겨드려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몇 분께는 한두 번 정도 사드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애초에 공사비를 한두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작업자가 여러 명이고 공정도 계속 이어지다 보니 점심값도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제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게 생각보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괜히 밥을 안 사드리려고 피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싶기도 했고, 그렇다고 매번 제 돈으로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예산이 부담됐습니다.
결국 제 상황에 맞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몇 번은 제가 사드리고, 계속 이어지는 공정에서는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필요한 건 미리 준비하고, 잘된 부분은 고맙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힘들었던 건 공사 자체만은 아니었습니다.
공사비를 줄이는 대신 제 시간과 체력도 들어갔고, 작업자분들과 어떻게 지낼지도 계속 고민해야 했어요.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다음에 다시 공사를 한다면 처음부터 생각할 게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낚시의자 같은 작은 의자는 꼭 하나 가져다 놓고, 사진은 사람보다 공사 상태를 중심으로 남길 거예요.
작업자분들에게 잘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도 계속할 것 같고요.
다만 식사처럼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부분은 처음부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놓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하루하루 공사를 끝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네요.
반셀프 인테리어는 견적서에 적힌 공사비만 아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내가 현장에 시간을 쓰고, 직접 신경 써야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걸 직접 겪고 나서야 왜 반셀프 인테리어가 돈 대신 내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는 방식인지 알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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